어느 날부터 아침에 눈 뜨는 게 유난히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평소처럼 자긴 잤는데 몸이 푹 쉰 느낌이 잘 안 났다. 침대에서 일어나기까지 한참 뒤척이는 날도 있었고, 괜히 이불만 붙잡고 있게 되는 날도 있었다. 처음엔 그냥 요즘 피곤한가 보다 했다. 계절 탓인가 싶기도 했고, 스트레스가 쌓였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묘하게 커피를 마신 다음날마다 컨디션이 비슷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신기했던 건 잠은 또 잘 잤다는 거다.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처럼 밤새 뒤척이는 것도 아니고, 누우면 금방 잠드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커피랑은 별문제 없이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꼭 그렇게만 반응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커피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기도 하지만…
예전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예전에는 밤 늦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커피 한 잔 마시고도 바로 잠드는 걸 은근 자랑처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 오후에 커피 마시면 잠 안 와 하는 얘기를 들으면 남 이야기 같았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이상했다. 잠드는 건 여전히 쉬운데, 다음날 아침 몸 상태가 예전 같지가 않았다. 눈 뜨자마자 몸이 덜 풀린 느낌이랄까. 괜히 나이 때문인가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커피 마신 날만 유독 심한 것 같아서 혼자 조용히 패턴을 보기 시작했다.
커피 마신 날은 눈 피로가 더 오래 갔다
특히 눈이 좀 그랬다. 점심 먹고 습관처럼 진한 커피를 마신 날이면 오후부터 눈이 슬슬 뻑뻑해졌다. 모니터를 오래 봐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상하게 커피 마신 날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잠깐 괜찮다가 다시 금방 침침해졌고, 퇴근할 즈음 되면 눈 뒤쪽이 묵직하게 당기는 느낌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그 피로가 그대로 남아 있는 날이 있었다. 눈 뜨자마자 껄끄럽고 모래 낀 것 같은 느낌.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자꾸 반복되니까 괜히 신경이 쓰였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한 느낌이 잘 안 들었다
밤 11시쯤 자서 아침 7시까지 푹 잔 날인데도 몸이 안 개운했다. 잠은 충분히 잔 것 같은데, 몸속 어딘가가 계속 덜 쉰 느낌이었다. 머리도 맑지 않고 오전 내내 살짝 멍했다.
예전에는 잘 자고 일어나면 와 푹 잤다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날이 드물어졌다. 잠의 양보다 다른 뭔가가 더 중요한 건가 싶었다.
잠은 자는데 몸은 쉬지 못한 느낌이었다
가끔 그런 생각도 들었다. 겉으로는 자고 있는데 몸은 계속 깨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딱 잘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머리는 잠든 것 같아도 몸 안쪽은 어딘가 긴장한 상태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며칠 그렇게 지나가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괜히 무기력했다. 별일 아닌데도 귀찮고, 오후만 되면 축 처졌다. 그래서 괜히 몸 상태를 더 유심히 보게 됐다. 붓는 느낌은 없는지, 피로가 오래 남는지 같은 것들.
늦게 잔 것도 아닌데 아침 컨디션이 이상했다
오히려 주말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날보다, 평일에 제시간에 자고 일어난 날 컨디션이 더 안 좋을 때가 있었다. 그게 참 이상했다.
가만히 보면 전날 오후에 마신 커피가 꼭 걸렸다. 생활 패턴은 규칙적인데 몸은 밤샘한 사람처럼 무거운 느낌. 남들은 피곤할 때 커피 마시고 살아난다는데, 나는 왜 반대로 가는 건지 좀 헷갈렸다.
커피 마신 다음날만 유독 더 축 처졌다
괜히 궁금해서 며칠 동안 커피 마신 날이랑 다음날 상태를 가볍게 적어봤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오늘 몸 무거움, 눈 피곤함,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차이가 보였다. 커피를 안 마신 다음날은 몸이 덜 가라앉았고, 며칠 연달아 마신 뒤에는 출근길부터 사람이 축 늘어졌다. 버스만 타면 눈이 스르륵 감기고, 몸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는 슬슬 나랑 카페인이 진짜 잘 맞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페인이 안 맞는 사람도 있다길래 괜히 신경 쓰였다 디카페인으로 바꿔야…
인터넷 보다 보면 카페인 분해가 느린 사람 얘기가 종종 나오더라. 예전에는 그런 글 봐도 그냥 남 얘기라고 넘겼는데, 요즘은 괜히 내 얘기 같았다.
나는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속으로 은근히 버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마실 땐 기분이 좀 살아나는 것 같은데, 정작 다음날은 더 지쳐 있는 느낌. 생각보다 그 차이가 은근 컸다.
남들은 각성된다는데 나는 오히려 더 피곤했다
주변 사람들은 피곤하면 자연스럽게 커피를 찾는다. 아침커피가 집중력을 살려줘서 커피 수혈하러 가자 하면서 웃는데, 나는 마시고 나면 꼭 몇 시간 뒤에 몸 기운이 아래로 툭 떨어지는 느낌이 왔다.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기도 하고, 괜히 진이 빠지는 날도 있었다. 각성이라기보다 내일 쓸 에너지를 오늘 당겨 쓰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걸 몇 번 반복하고 나니까 남들 반응이 꼭 내 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 인정하게 됐다.
커피 양보다 마시는 시간이 더 문제였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진짜 문제는 오후였다. 오후 3시쯤 졸릴 때, 입 심심할 때 무심코 마시던 그 한 잔.
나는 원래 커피를 엄청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니라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양보다 시간대가 더 중요했던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마신 날은 다음날까지 피곤함이 남았다
오후 커피는 마실 땐 정말 좋다. 흐릿했던 정신이 잠깐 또렷해지는 느낌도 있고, 일하기도 조금 수월해진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 밤부터 몸 흐름이 묘하게 꼬였다.
겉으로는 잠든 것 같은데 다음날 아침 몸은 밤새 무언가 처리하느라 쉬지 못한 것처럼 무거웠다. 결국 피곤해서 또 아침 커피를 찾고, 그러다 다시 오후에 한 잔 마시고. 가만 보면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었다.
한 잔인데도 몸 반응이 예민하게 오는 느낌이었다
세네 잔씩 마시는 것도 아니고 딱 한 잔인데도 몸이 이렇게 반응하니까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예전 몸만 믿고 괜찮겠지 했던 게 오히려 내 착각이었나 싶었다.
요즘은 오후 늦게 커피 생각나면 보리차나 디카페인으로 슬쩍 바꿔보는 중이다. 완전히 끊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다음날 아침 몸이 조금이라도 덜 무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하나씩 바꿔보는 정도다.
아직도 어떤 날은 커피를 마시고 싶고, 또 어떤 날은 괜히 망설여진다. 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는 않게 됐다. 몸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