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달력을 넘기면서 괜히 한숨 쉬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엔 밤늦게까지 버티다가 겨우 잠들어도 어떻게든 하루를 굴려냈던 것 같은데, 요즘은 10시쯤 얌전히 누워 자도 아침이 너무 버겁다. 분명 잠은 잔 것 같은데 몸은 하나도 쉰 느낌이 안 드는 날. 그런 날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눈 뜨는 순간부터 몸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라, 가만 생각해보면 자꾸만 이게 나이 때문인가… 싶은 생각까지 따라붙었다.
분명 푹 잔 것 같은데 몸이 안 따라줬다
주변에서는 일찍 자야 덜 피곤하다고들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수면 시간도 나름 챙긴다고 챙겼다. 스마트 워치로 보면 7시간 넘게 자는 날도 많았는데, 막상 침대에서 일어나는 건 매일 산 하나 넘는 기분이었다. 몸이 묵직하니까 준비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아침마다 혼자 조용히 씨름하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은 별일 아닌 일상처럼 움직이는데 나만 유독 느린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눈은 떴는데 한참 누워 있게 됐다
알람이 울리면 눈은 금방 떠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몸이 바로 안 움직였다. 그냥 천장만 멍하니 보고 있다가, 잠깐만 더 있다 일어나야지 하면서 휴대폰 만지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가 있었다. 5분만 더가 어느새 20분이 되어 있고, 그때부터는 마음만 더 조급해졌다. 몸은 무겁고 정신은 아직 꿈속 어딘가에 걸쳐 있는 느낌. 하루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지친 기분이 드는 날이 많았다.
예전보다 아침 시작이 더 버거웠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도 하고 아파트 헬스장도 가고 했는데 커피 내리면서 메일도 잠깐 확인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것도 괜히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거울 보면 얼굴도 푸석고, 눈빛도 맹한 느낌이랄까. 딱 잘라 설명하긴 어려운데 몸 안에 있던 기운이 천천히 빠져나간 것 같은 날들이 있었다.
계속 피곤하니까 괜히 날씨 탓도 하게 됐다
원인을 모르겠으니까 자꾸 주변을 의심하게 됐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싶어서 공청기도 돌려보고, 방 공기가 답답해서 그런가 싶어 창문도 열어봤다. 괜히 침구도 털고 청소도 해봤는데 아침 느낌은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 날씨가 이상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 그냥 핑계일 수도 있는데, 몸이 계속 무거우니까 뭐라도 이유를 붙이고 싶었던 것 같다.
비 오기 전날이면 몸이 더 무거웠다
특히 흐린 날 전에는 이상하게 더 가라앉았다. 기상청에서 비 온다고 하면 괜히 어깨도 뻐근하고 무릎도 둔한 느낌이 들었다. 기압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더 예민하게 느낀 걸 수도 있다. 그런데 또 묘하게 맞아떨어질 때가 있었다. 하늘 흐린 날이면 몸도 같이 축 처지는 느낌. 나만 그런가 싶다가도 은근 이런 얘기 하는 사람들 꽤 보이더라.
주말에 오래 자도 개운한 느낌이 없었다
평일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그래서 토요일엔 알람도 꺼두고 늦게까지 자봤는데, 막상 일어나면 기대했던 개운함보다 머리 띵한 느낌이 먼저 왔다. 점심 가까이 돼서 겨우 일어났는데 몸은 더 늘어진 느낌. 많이 자면 회복될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낮잠 자고 나면 더 멍한 날도 있었다
주말 오후에 소파에 잠깐 기대 있다가 그대로 잠드는 날도 있었다. 잠깐 눈만 붙인 줄 알았는데 일어나 보면 정신이 더 흐릿했다. 괜히 꿈도 복잡하게 꾸고, 한동안 멍해서 물 마시러 가는 것도 귀찮았다. 가끔은 생활 패턴이나 몸 상태를 한번 천천히 돌아봐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낮잠 한번 자고 하루 전체 리듬이 흐트러진 느낌이 들면 괜히 허무해졌다.
쉬어도 회복되는 느낌이 잘 안 났다
예전에는 하루 푹 쉬고 좋아하는 영화 몇 편 보면 그래도 다시 움직일 힘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쉬어도 쉬는 느낌이 잘 안 났다. 충전기를 꽂아놨는데 배터리가 천천히밖에 안 차는 기분이랄까. 몸도 마음도 어중간하게 방전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느낌이라, 쉬는 날조차 애매하게 지나가는 날이 많았다.

나만 이런 건가 싶어서 괜히 검색하게 됐다
이 상태가 계속되니까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다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유독 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출근길 사람들은 씩씩하게 잘 걸어가는데 왜 나만 매일 피곤하냐 싶고. 그러다 보니 밤마다 누워서 괜히 피로 관련 글이나 유튜브 영양제 후기 같은 걸 뒤적이게 됐다. 검색하다 보면 또 더 걱정되고, 걱정하다 늦게 자고. 이상하게 그런 흐름이 반복됐다.
다들 피곤하다는데 왜 유독 심한 느낌일까
사람들 만나서 요즘 너무 피곤하다고 말하면 대부분 웃으면서 다 그렇다고 했다. 나이 들면 원래 그렇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듣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은 계속 찜찜했다. 그래도 나는 좀 심한데… 싶은 느낌. 남들도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느끼는 건 조금 더 깊고 오래 가는 느낌이라 혼자 뒤처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커피 없이는 하루 시작이 안 됐다
결국 아침마다 손이 가는 건 커피였다. 출근하자마자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셔야 겨우 정신이 이어지는 느낌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아아버젼으로. 처음 몇 모금 마시면 흐릿했던 머리가 조금 열리는 것 같다가도, 오후쯤 되면 다시 힘이 쭉 빠졌다. 그러면 또 내일 아침엔 커피부터 찾겠지 싶고. 몸이 진짜 피곤한 건지, 그냥 버티는 데 익숙해진 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